솔직히, 이 시리즈를 다 극장에서 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워낙에 별로라고 생각한 시리즈여서 말이죠. 한 번 시작하고 보니, 정말 끝도 없더군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게 1편이었고, 그나마 2편은 정신없이 흘러가서 넘어간다 싶었습니다만, 그렇다고 이걸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예고편은 또 기가 막히게 나왔더란 겁니다. 이상한 개그부터 시작해서 액션은 또 잘 될 것 같다는 착각이 드는 그런 예고편 말이죠.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베놈 시리즈도 정말 댜앙한 곡절을 겪은 케이스입니다. 감독만 벌써 세 번째 바뀐 상황이니 말이죠. 1편의 감독은 루벤 플레셔인데, 초기만 해도 그래도 신예 감독으로서 좀비랜드라는 매우 좋은 영화를 연출한 바 있습니다만, 이후 영화들은 거의 별로라는 희한한 필모그래피를 가져가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 이상하고 별로인 영화들 중에는 베놈도 끼어 있는 상황이죠. 심지어는 언차티드 마저도 그렇게 썩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없었고 말입니다.
베놈2 : 렛 데어 비 카니지의 경우에는 앤디 서키스가 감독으로서의 도전을 두 번째 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모션 캡처 기술이 많이 들어가고 있는 데다가, 감독으로서의 여러 시도도 하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앤디 서키즈는 이 작품 이전에도 두 편의 감독작이 있긴 했습니다. 감독 데뷔작인 달링은 괜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만, 두 번째 작품인 모글리 : 정글의 전설의 경우에는 워너에서 넷플릭스에 팔아버린 작품이 되어버렸죠. 당시 디즈니와 개봉시기가 겹치는 상황이 되버렸거든요. 아무튼간에, 베놈2 역시 픙행과 별개로 평가가 정말 좋지 않은 작품으로 유명해졌습니다. 감독 자질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이번에는 켈리 마르셀 이라는 인물이 감독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국내에는 아예 감독으로서 작업한 작품이 없는 상황이죠. 다만 각본가로서의 경력이 좀 되는 편인데, 불행히도 베놈 젼편 모두의 각본가 이기도 했습니다. 이 사이에 좋은 영화만 채워져 있다면 좋겠지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도 필모그래피에 당당히 끼어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크루엘라와 세이빙 MR.뱅크스의 각본가이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다만, 아무래도 각본 자체로만 영화를 이야기 하긴 어렵기 때문에 이번 작품이 영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위에 이야기 한 내용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베놈 시리즈는 흥행과 평가가 대단히 심하게 갈리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흥행이 정말 잘 되긴 했습니다. 전부 제작비와 여러 부가비용을 빼고도 돈을 한참 많이 버는 데에 성공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평가는 둘 다 엉망진창인 것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그나마 좀 나아진 이유는 같은 소니 마블 유니버스 소속 영화인 모비우스와 마담 웹의 평가가 더 개판이라는 점 때문이죠.
아무튼간에, 흥행이 웬수라고 계속해서 영화가 나오고 있고, 톰 하디도 계속해서 에디 브록 역할로 출연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사실 꽤 괜찮은 배우이긴 합니다. 당장 얼마 전 나왔던 바이크 라이더스 같은 작품에서 꽤 괜찮은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으니 말이죠. 심지어 폰조 라는 영화는 영화 자체가 별로임에도 불구하고, 톰 하디의 연기가 영화를 견인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인셉션에서도 꽤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고,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같은 경우는 아예 영화에서 사건을 만들어낸 인물로 중요한 모습을 보여줬었습니다.
다만, 베놈 외에도 별로인 영화가 꽤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베놈에서도 그렇게 연기가 잘 된다는 느낌이 아니긴 했습니다만, 간간히 정말 심하게 망가지는 경우도 있었다는 겁니다. 당장에 중저규모 영화인 톰 하디의 도망자 같은 작품이나, 코드 같이 정말 희한한 작품이 있는 상황이죠. 다만, 로크의 경우에는 톰 하디는 잘 했는데 영화가 지루해버린 케이스이긴 합니다. 사실 배우가 나쁘다기 보단, 영화가 영 별로인 경우가 거의 핵폭탄 같은 경우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좀 재미있는게, 리스 이판과 치웨텔 에지오포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배우 모두 마블 관련 영화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상황입니다. 리스 이판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리저드로 나왔고, 치웨텔 에지오포는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에서 칼 모르도 역할을 한 바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배우들 때문에 연관성 이야기가 좀 나왔습니다만, 예고편에서는 그냥 다른 배역인 것 정도로 이야기가 되고 있는 상황이죠.
이번 영화 역시 에디 브록과 베놈이 계속해서 유랑을 하면서 진행됩니다. 둘은 나름대로의 선행을 하려 노력은 합니다만, 아무래도 상황이 여의치 못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들을 추적하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베놈의 고향에서는 베놈을 추적하기 위해서 창조자 널이 지구로 추격대를 보내게 됩니다. 영화는 이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들의 전작을 보고 있으면 이번 작품이라고 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작들이 다 엉망진창이었으니 말이죠. 그나마 뭐라도 진행 해보려고 했던 1편은 결국 이야기에 관해서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나버렸고, 2편의 경우에는 그나마 코미디를 좀 강화 하고, 악당도 상다잏 강하게 밀어붙이려고 했으나, 역시나 균형을 잡지 못한 이야기와 갈팡질팡한 흐름으로 인해서 영화가 방해버리는 케이스가 되었습니다. 사실상, 이런 토양에서, 전편 각본들을 썼던 각본가가 감독이라고 한다면 더더욱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되었죠.
실제로 이번 작품도 장점은 거의 동일합니다. 여전히 액션은 그래도 신난다는 것이죠. 특히나 베놈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특성, 다른 생물에 붙어서 그 생물을 강화 한다는 특성을 통한 액션은 이번에도 상당히 잘 살아있는 편입니다. 영화 내내 이 지점을 꽤 잘 써먹고 있고, 일부 장면에서는 그래도 영화에서 꽤 괜찮은 상상력을 보여줬다는 말을 할 정도의 비쥬얼을 끌어내는 데에도 성공을 거뒀습니다. 심지어는 전작들이 둘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비쥬얼을 바탕으로 한 액션 역시 방향을 나름 잘 잡은 편입니다. 영화에서 단순히 정신 없이 모든걸 흘려버린다는 식으로 가지 않고, 베놈이라는 캐릭터가 뭘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액션이 얼마나 파괴적이고 잔혹한지에 관해서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한 편입니다. 덕분에 영화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나름 집중도 확실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이를 바탕으로 한 파괴력 역시 영화에서 꽤 잘 표현하고 있기도 하고 말입니다.
어렵게 말 했습니다만, 액션 자체의 속도감과 타격감을 찾아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해당 지점에서는 그래도 영화가 뭔가 해냈다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앞서 말 한 베놈의 특성을 이용한 액션이 같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이에 관해서 기존 액션이 가지는 파괴적인 면모와 아크로바틱한 면모를 강화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죠. 앞서 말 한 파괴적인 면모가 결합 되면서 영화는 액션 장면 자체는 꽤 준수한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외의 모든 것들이 흔들린다는 점입니다. 에디와 베놈은 인간에게도 추적당하는 상황이지만, 동시에 베놈의 고향에서도 추적자가 온 상황입니다. 동시에 외계 추적자의 주인은 우주를 지배 하려고 하는 생각까지도 가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베놈과 에디는 추적을 당하면서도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일을 하고, 동시에 베놈의 창조자로부터 우주를 구원해야 하는 일도 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 복합적인 이야기를 진행 하는데, 그 어디에도 구심점이 없습니다.
영화 내내 뭔가 진행 되는 모습을 보여주긴 합니다. 주인공 일행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도망을 치면서도 사건의 단서를 조사하거나, 아니면 자신들이 무슨 일을 겪는지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각각의 이야기가 분명 떼어놓고 보면 필요한 이야기이긴 합니다. 몇몇 파트들은 영화의 중심 줄거리를 구현해야 하는 면모들을 가지고 있기도 하죠. 하지만 영화는 이내 추격전이나 액션으로 돌입하게 되고, 곧 스토리는 중요하지 않아집니다. 그냥 지금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한 양념 이상을 맡기려 하지 않기 때문이죠.
일반적인 액션 영화에서는 스토리가 하는 일이 매우 제한적이긴 합니다. 영화에서 액션이 왜 나와야 하는지 설명하고, 그게 왜 지금인지에 관해서 관객들이 심정적으로 다가가는 역할 정도로 제한 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경우에는 스토리와 액션이 완전히 따로 놀고 있습니다. 스토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갑자기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그 급박함을 액션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기본 방식이죠. 이야기가 뭔가 역할을 하기에는 전혀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겁니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없을지언정, 영화의 연결도 제대로 못 하는 판이다 보니,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캐릭터 서사 구축에도 실패하는 상황입니다. 영화의 각각의 상황에서 뭔가 보여주려 하는 지점이 있긴 합니다. 특히나 캐릭터들이 왜 지금 이 말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말을 하게 된 기본 상황이 무엇인지 하는 것들을 영화에서 드러내려고 하는 편이죠. 불행히도, 해당 지점들 역시 갑자기 공중에 정처 없이 떠돌다 사라지는 운명에 처합니다. 열심히 스토리를 들여다봤자, 그냥 주어지는 상황에 맥 없이 자리를 빼주는 식이죠.
영화 내내 같은 상황이 반복 되고, 베놈이 하는 이야기나, 베놈의 숙주인 에디가 하는 말들이 영화에서 의미를 가질 만한 타이밍을 전혀 잡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뿐명 그냥 날리면 안 되는 말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영화 내내 그냥 말만 떠돌아다니는 식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이 와중에 뜬금없는 개그가 터지기 시작하면서 안 그래도 집중 못 하는 이야기는 그냥 엉뚱한 면모만 더 부각시키는 지점으로 가버리게 됩니다.
스토리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앞서 말 했듯, 캐릭터 구성에 완전히 실패 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전편에서 구사 해서 겨우 만들어놓았던 잔혹한 히어로라는 서사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그냥 엉뚱한, 혹은 미치다 만 영웅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정도입니ᄃᆞ. 특히나 베놈은 그 정도가 심해서, ADHD 걸린 어린 아이 같은 느낌 이상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이 상황에서 뜻 모를 개그를 남발하고 있다 보니, 아예 방향성 조차 못 잡는다는 느낌을 주기까지 하죠.
에디 브록이라고 특별히 다를 것은 없는 상황입니다. 이쪽은 상황이 또 다르긴 한데, 그냥 징징거림과 소위 말 하는 ‘츳코미’의 결합 어딘가에서만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각각의 대사가 뭔가를 하려 한다는 느낌도 이번에도 있기는 한데, 그 상황만 지나고 나면 베놈에게 하는 잔소리 1 정도로만 남는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역시나 이 상황이 반복되고 있고, 매력따위는 전혀 보여주지 않는 상황이 되버버리고 있죠.
인간 추적자, 악역 모두 캐릭터 서사가 아예 없다시피 해도 무방합니다. 둘의 차이라면, 한 쪽은 적이면서도 미션 주는 NPC 같은 느낌이라면, 다른 한 쪽은 그냥 최종 보스같은 느낌 이상을 주고 있지 않습니다. 인간측은 전편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반향으로서 이해되는 측면이 있긴 합니다만, 이것도 전편을 제대로 봤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만약 이번 영화만 보고 있으면 외계인 사냥꾼으로만 보이는 측면이 강하죠. 널은 그냥 다른 악당들을 열심히 보내는 캐릭터에 더 가까운 편인데, 이 역시 뭔가 직접적인 악역이라기 보다는, 그냥 파밍 공장 같은 느낌이 더 강한 편이죠.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영화 전체 흐름마저 갈팡질팡 합니다. 2시간이 안 되는 블록버스터류 액션 영화의 미덕인, ‘어찌 하다 보니 흐름은 있다’는 말 조차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상황이죠. 그나마 액션은 어느 정도 흐름을 가져가는 데에 성공했습니다만, 이 외 지점에 관해서는 관객이 전혀 집중 할 수 없을 정도의 불균질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나마 아예 저신줄 놓고 보고 있노라면 어느 정도 던져주는거 즐겁게 볼 정도에서 머무른 것이죠.
화면이나 음향, 음악은 그래도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베놈이라는 캐릭터나 그 외 디자인들도 아예 말아먹었다고 말 하기에는 좀 아쉬운 면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시청각적인 볼거리를 위주로 밀어붙이기 때문에 해당 지점에서는 신경을 꽤 많이 쓰는 모습입니다. 음향 측면 역시 최대한 공간을 활용 하려는 의지가 보이고 있고, 음악은 뻔하긴 하지만, 적어도 관객들에게 현 상황을 고조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톰 하디는 에디 브록과 베놈 연기를 열심히 합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죠. 심지어 그 방향성이 희한하게 뒤틀려 있는데, 그 방향으로라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기괴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을 정도이죠. 치웨텔 에지오포 역시 영화에서 뭘 끌어내려고 노력은 하는 상황이고, 리스 이판마저도 영화에서 괴이한 가벼움을 주려고 노력을 하는 상황입니다. 주노 템플도 비슷한 상황이고 말입니다.
정말 아쉬운 영화입니다. 액션 블록버스터가 되겠다고 만들어진 영화인데, 그냥 액션 모음으로 마무리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말 액션 장면만 있으면 영화를 만족스럽게 볼 수 있다고 자부하는 분들이라면 모를까, 영화가 영화 답게라도 흘러가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라고 가지신다면 실망할 여지가 매우 큽니다. 더불어, 쿠키 영상이 두 개가 있는데, 이게 메인이 되기에도 영화가 너무 아무것도 못 한다고 말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횡설수설 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드 원 - 짜깁기와 평범함의 조합 (0) | 2024.11.07 |
---|---|
롱레그스 - 음산함이 스멀스멀 덮치는 공포 (0) | 2024.10.31 |
어프렌티스 - 우리가 아는 사람이 되기까지의 비극 (0) | 2024.10.24 |
스마일 2 - 더 커지고 화려해지는 데에 성공한 공포 (0) | 2024.10.17 |
명탐정 코난 : 시한장치의 마천루 - 오랜 팬이 추리를 놓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거든, 들여다봐야 하는 작품 (0) | 2024.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