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를 준비하면서도 당황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솔직히 이 영화는 개봉 안 할 줄 알았습니다. 이미 TV로 공개된지 한참 되었으니 말입니다. 계산 해보면 거진 20년 다 되었죠. 그런데, 갑자기 개봉 일정이 잡혔고, 저는 이 작품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제 블로그를 오래 봐 오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제가 이 시절 작품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관해서 계속 이야기를 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안 볼 수 없죠.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제가 코난 극장판 시리즈 리뷰를 할 때 마다 이야기 했던 것이 있습니다. 1에서 7기 시절이 정말 그립다는 이야기죠. 요새 말로 정말 오랫동안 고여있다 못해 썩어가는 물이 저란 이야기죠. 그럴 수밖에 없는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이 작품을 봐 왔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추억에 매달리는 면도 있다는 이야기죠. 여기에는 다른 이야기도 있는데, 제가 캐릭터 이야기 보다는 추리랑 퍼즐을 더 즐거워 했던 시절이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때 코난 시리즈를 생각 해보면 요새는 정말 만들기 어려운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빚쟁이를 결국 칼로 죽여버리는 이야기도 있는데, 정말 유혈이 낭자하는 이야기도 있었고, 복수로 인해서 사람을 토막치는 이야기도 있었던 시절이니 말이죠. 물론 이 에피소드들은 원작은 그럭저럭 출시를 했지만, 정작 TV 시리즈, 특히 더빙으로는 방영도 못 하는 상황으로 치닫기도 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OTT 서비스를 통해 “미공개 에피소드” 라는 이름을 달고 공개 되긴 했지만 말입니다.
또한 이 시절 극장판들은 극장 개봉을 거의 못 했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코난 극장판 시리즈가 거의 극장에 걸리지 않았던 것이죠. 투니버스에서 정식 수입을 해와서 자기네 채널에서 방영을 한 것이 거의 다입니다. 참고로 이 때 휩쓸려간 에피소드가 1~5기 였습니다. 6기는 어찌저찌 느즈막하게라도 개봉을 했고, 7기는 왜색으로 인해서 아예 극장 상영이 불발 되었던 케이스입니다. 8기는 부천에서 특별 상영 명목으로 한 번 걸린 적이 있고 말이죠.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냥 그 때는 그냥 그런 시대였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애니메이션은 그냥 애들용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시기이니 말입니다. 공각기동대 같은 작품 정도가 성인용 애니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음란물 계통의 애니 정도가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는 정도에 머물렀었죠. 이때 극장에서 개봉했던 애니메이션은 국내에서 극장을 노리고 만들었거나, 아니면 디즈니 작품이었던 경우가 다였습니다. 지브리도 개봉을 거의 못 했을 정도이니까요.
아무튼간에, 이 시절 에피소드가 벌써 25년 된 셈입니다. 사실 그래서 옛날 작품은 그냥 그 시절에, 그렇게 소비가 되어버렸었죠. 저작권에 대한 개념도 희박했던 시절이다보니, 국내에서는 아예 리얼 플레이어 스트리밍으로 걸어버리는 경우도 있었을 정도이니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극장용 애니의 존재가 있다는 것만 해도, 그게 국내에 알음알음 알려져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시절이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제 추억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제가 코난 시리즈에 가졌던 정이 컸었던 상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실상 제가 거의 직접적으로 챙겨본 거의 최초의 애니라고 생각 할 정도이니 말이죠. 그 전에도 몇 가지 있긴 합니다만, 지금까지도 보고 앉아 있는건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니 말입니다. 그만큼 추억도 많고, 지금은 애증에 가까운 존재가 된 상황이기도 하다 보니, 아무래도 미묘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 때가 좋았지 같은 노인네 같은 소리 하는 글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물론 지금의 코난 시리즈가 좋은 분들도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습니다만, 그만큼 이 시리즈에 요구하는 바가 변화했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있죠.
어쨌거나, 이번 글은 엄밀하게는 리뷰 보다는 제 추억의 귀환에 더 가까운 형태라 보시면 됩니다. 지금도 간간히 생각 날 때면 다시 돌려보는 작품이기도 하니 말이죠. (심지어 일본 여행 갈 때 마다 블루레이를 찾아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냉정함이 결여되어 있다 보시면 됩니다. 그냥 글쓴이가 추억에 젖어서, 코난 시리즈의 과거에 관하여, 그리고 그걸 지금 다시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감개무량함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코난이 모리야 테이지라는 인물의 집에 초대 받으면서 시작합니다. 천재 건축가로 평가받는 모리야 테이지의 파티에서, 최근에 발생하는 연쇄 방화 사건의 집들의 사진들을 보며 해당 집들이 모리야 테이지가 디자인한 건물들임을 알게 되죠. 그리고 이 상황에서 신이치를 찾으며 폭탄을 찾으라는 범인의 전화가 오게 됩니다. 동시에 신이치의 생일이 가까워지며 란은 신이치와 만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되면서 일이 묘하게 얽히게 됩니다. 영화는 이 상황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좀 쓸 데 없는 이야기로 시작을 하겠습니다. 이 작품이 유명한 이유중 좀 부끄러운게 하나 있는데, 범인이 일을 저지르고 다닌 이유 입니다. 스포일러이므로 쉽게 던질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정말 이유 한 줄만 떼어놓고 보면 어이없는 내용 그 자체인건 저도 부정할 수 없긴 합니다. 이 작품의 핵심은 그 어이없는 이유로 향하는 과정과, 그 어이없는 이유가 벌이는 여러 일들, 그리고 범인의 심리상태에 대한 지점을 얼마나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가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결국 추리가 서 있는 거죠.
명탐정 코난의 첫 번째 극장판인 만큼, 작품에서 가져가는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TV 시리즈에서 정말 줄창 봐 왔던 관계의 연장입니다. 심지어 일부 캐릭터는 아직 캐릭터 성격이 확정 되지 않았던 시기이기도 하죠. 최근에 정말 유명한 캐릭터들중 일부 역시 아예 출연이 없었던 시기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비단 캐릭터 뿐만이 아니라, 이야기의 결과 구성 역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프닝 삼아 진행되는 이야기 는 아주 짧은 추리물이기도 하고, 생각 이상으로 잔혹한 장면 역시 여과 없이 등장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때 이야기는 요즘 코난과 차이가 있다 보니, 요즘에 나오는 코난 에피소드들을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굉장히 당황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앞서 말 했듯이 인기 캐릭터로 밀어붙이는 최근 구성이 아니라, 정말 코난이 추리를 하고, 사방으로 힘들게 구르는 경향을 강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폭발물이 정말 많이 나오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이야기가 단순하게 그냥 폭탄만 주야장천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 폭탄이 왜 거기에 있는가 하는 지점에 관해서 꽤 파고드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이야기에서 추리의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 감이 금방 올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진행 특성상 추리가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 지금 방화 사건과 폭발 사건이 계속해서 나오는지에 관하여 관객에게 설명 해주고, 이에 관해서 왜 이런 상황이 나는지, 그리고 왜 쿠도 신이치와 범인이 대결하는 구도가 되었는지에 관해서 설명 해주는 것이 바로 추리 파트인 것이죠. 이런 지점들 덕분에 단순히 살인 로맨틱 코미디 라는 공식이 들어가기 전에, 말 그대로 추리물로서의 방향성이 관객에게 제대로 보이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의 또 하나의 재미는 추리 자체의 맥락입니다. 특히나 범인의 정체와 사건의 기반에 관해서 꽤나 강하게 파고드는 편이라고 할 수 있죠. 범닌이 일을 저지른 어이없는 이유 뒤에 좀 더 깊은 내막이 있고, 이에 관해서 적어도 심정적인 이해에 다다를 수 있게 작품을 구성한 겁니다. 단순히 그냥 그게 싫었다가 아니라, 그 내막이 있다고 관객들이 작품을 보면서 믿게 되는 겁니다. 말 그대로 이야기의 과정이 낳은 결과라고 할 수 있죠. 결국 이야기의 재미 자체가 이 작품을 관객들이 계속 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 겁니다.
좀 재미있게도, 작품에서 이야기는 약간 어긋나는 경향도 있는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동기에 관한 지점 외에도 , 어느 정도 억지 전개가 어느 정도 작품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지점을 해결하기 위해 작품이 선택한건, 앞서서 이야기 한 심리적인 이해 라는 지점입니다. 관객들이 상황이 어찌 흘러가는지 같이 보고, 말이 좀 안 될 지언정 적어도 본 관객의 입장에서 지금 상황이 감정적 측면에서 이해는 간다고 말 할 수 있게끔 만든 겁니다. 이런 지점들 덕분에 관객으로서 이야기 이해가 더 쉬운 상황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추리 개연성을 말아먹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퍼즐 풀이같은 면부터 시작해서, 여러 심리적인 측면들에 관한 부분까지 모두 열심히 다루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지점들에 관련해서, 단순히 그냥 이런 상황이 있어서 이런 결과가 있었다가 아닌, 말 그대로 왜 사건이 일어났고, 이를 추적해야 하는가에 관한 종합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 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지점들은 결국 작품에서 이용한 트릭부터 시작해서, 동기의 기반에 있는 더 깊은 이야기의 면모 역시 같이 가져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감정을 강화하는 지점들 역시 곁들여져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란과의 관계에 관하여 게속해서 다루긴 했지만, 이번 작품에서 생각 이상으로 강렬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여준 겁니다. 단순히 그냥 사랑하지만 말 못 하는 관계가 아닌, 이미 어느 정도 둘 사이의 애절함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관계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워낙에 오래된 관계이고, 최근에는 너무 진척 속도가 안 나와서 좀 지리멸렬하게 느껴지는 지점이기는 합니다만, 이 작품이 나올 때만 해도, 감정적인 면모에 애절한 면을 잘 전달만 한다면 설득력이 높아지기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 때의 특성을 잘 써먹은 경우라고 할 수 있죠.
덕분에 영화에서 단순히 추리하는 지점을 그냥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사건 자체를 코난에게 개인화 하는 과정이 효과적으로 반영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말 할 수 있기도 했습니다. 추리물로서의 면모와, 로맨스 측면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결합하는 데에 꽤나 고심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죠. 단순히 고심으로 끝난게 아니라, 정말 결실이 보였다는 측면에서 이 작품이 가져가는 이야기가 대단히 효과적으로 보이는 지점들이 있다는 겁니다. 이런 특성들에 더해, 액션이 가져가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죠.
작품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최근의 폭탄만 미친듯이 터뜨리는 전개와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추격전의 측면을 꽤나 살리면서도, 그 속에서 왜 긴박하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설명 역시 자세하게 나오는 편이기도 합니다. 이런 지점들 덕분에 작품에서 가져가는 이야기가 좀 더 쉽게 이해되고 있기도 합니다. 코난이 아예 아크로바틱한 면모를 보여주기보다는, 어느 정도 만화적 허용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이 시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기도 하고 말입니다.
이 때의 이야기에서 하나 독특한건, 단순히 액션이라고 말 할 수 없는, 하지만 스펙터클이 있는 화려한 면모를 사용하는 경향도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불속에서 날아다니는 주인공이 아닌, 말 그대로 거대한 무언가가 붕괴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속에서 벌어지는 느릿한 긴박감을 다루고 있다는 겁니다. 이야기에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만들고, 동시에 특정한 일이 고정된 장소에서 일어나는 것을 막는 것에 대한 긴장감도 같이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 특성 덕분에 이번 작품이 좀 더 느릿하게 다가오는 지점들이 있죠.
물론 요즘 작품에 익숙한 분들은 그보다 먼저 그림체에서 막힐 가능성이 꽤 큰 편입니다. 이 극장판 특성이, 정말 초기 애니메이션의 이미지를 극장에 옮겨놓은 쪽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소년 만화의 특성이 훨씬 더 강했던 시기인데다, 여기에 초기에 나왔던 디자인이 거의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아무래도 괴리감이 상당한 편입니다. 쉽지 않은 이미지이다 보니, 게다가 이 시기에는 잔혹성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하게 나오는 편이다 보니, 어느 정도는 감안 하고 가야 하는 상황이죠. 그렇다고 TV 시리즈 이미지를 가공 없이 써먹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코난 시리즈의 극장판인 만큼, 작품의 이미지에 대단히 힘을 준게 느껴지는 지점들이 많은 편입니다. 기본적인 디자인들도 그렇지만, 영화에서 상당히 많은 지점에서 세밀하게 작업한 티가 느껴지는 지점들이 등장하고 있죠. 단순히 움직이는 이미지 정도가 아니라, 정말 극장에 맞는 세밀하면서도 큰 스케일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겁니다. 여기에 음악 역시 꽤나 공을 들인 상황이어서, 우리가 흔히 아는 코난의 음악이 등장하긴 하면서도, 이를 극장에 맞게 상다잏 성실하게 수정했다는 느낌을 주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이야기의 전반적인 흐름은 사실 좀 느린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서사 스케일이 꽤나 큰 편인데다, 작품에서 가져가는 이야기가 워낙에 얽히고 섥히는 방식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죠. 뒤엉킨 면모에 관해서 꽤나 신경을 쓰다 보니, 흐름이 좀 느려질 수 밖에 없는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참을 수 없이 느리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충분히 관객들이 이해할만한 시간을 주고 있기도 하고, 필요할 때는 이야기의 흐름을 빠르게 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잘 먹히는 상황이기도 하죠.
이런 과정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하나의 큰 줄기를 제대로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는 점 역시 이 작품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간간히 약한 고리가 어느 정도 나오긴 합니다만, 해당 지점은 그렇게 많지 않은 데다가, 기본적으로 챕터가 넘어간다는 느낌이 더 강한 편이기도 하다 보니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되었습니다. 에피소드 단위로 넘어가는 이야기가 꽤 있다 보니 금방 이야기의 흐름이 약화될 법도 한데, 이를 논리와 단서를 기반으로 해서 본래 스토리의 흐름에 다시금 녹여내는 역할을 하고 있죠.
저같이 골수 팬 아니면 사실 그렇게 추천하기 힘든 작품이긴 합니다. 나왔던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감안해야 할 사안들이 꽤 되는 데다가, 작품 구성상 최근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꽤 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추리물로서의 명탐정 코난이 초기에 어땠는지 그 정수를 보기에는 가장 좋은 작품이라고 말 할 수 있겠습니다. 말 그대로 추리물이 주는 이야기의 묘한 논리성과, 여기에서 오는 감정의 파생을 즐기는 분들을 위한 작품이란 겁니다. 다만, 특정 최근 캐릭터의 팬들에게는 이 작품은 그냥 속 빈 강정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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