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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10 시 - 한 일반인의 비일상을 관찰하다
횡설수설 영화리뷰2013. 5. 10. 10:27

(참고로 모든 오프닝은 당시에 쓴 겁니다. 유의 부탁 드립니다.)

 

이번주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영화입니다. 다음주에는 뭘 봐야 하나 생각을 해 보니, 드래곤 길들이기가 버티고 있더군요. 게다가 의외로 강한 영화들이 좀 있어서, 한 번 일정을 잘 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는......만약 제대로 못 하면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못 볼 것 같아서 말이죠. (여담인데, 최근에 경제적인 압박이 그나마 좀 해결이 되었다죠!!!) 아무튼간에, 이번주 마무리 작품은 바로 이 영화입니다.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위의 포스터에 소개된 오아시스, 밀양뿐만이 아니라, 박하사탕, 초록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전 한 편도 안 불편한 작품이 없었습니다;;;초기 작품이라고 되어 있는 그 섬에 가고싶다의 경우는 아예 접해 보지도 못 했고 말입니다.

사실,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불편해 하는 분들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영화가 워낙의 사람 하나를 거의 까발리는 스타일에 가까운 계통인지라, 한 사람의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면모까지 전부 드러내는 스타일로 영화가 밀어 붙여지는 경우가 많아서 말이죠. 사실, 그런 면모에다가, 영화가 마치 일상을 현미경으로 들이대는 것 같은 영화 진행 방식으로 인해, 작품성은 높지만, 영화를 그냥 시간 때우기용으로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맞지 않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기도 합니다.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 '시' 역시 이런 면에서 사실 좀 힘든 영화입니다. 물론 전작들보다는 그래도 힘이 덜 들어간 영화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영화가 여전히 관람시에 지치는 것은 사실 어절 수 없는 노릇입니다. (여기서 고백 하나, 이 영화 보기 전에 이미 영화 한편에 장편 애니 하나를 때리고 이 영화를 보러 갔다는;;;) 이 영화 역시 여전히 그런 스타일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고 있으니 말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던 대로,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평범한 소시민의, 정말 평범한 일상에서, 그가 어떤 꿈꾸는 것과, 일상, 그리고 그를 괴롭히는 사건들이 얽혀 들어가면서, 그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관해서 영화가 정말 시시콜콜 따지고 들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에는 어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찰나를 가지고 영화를 만드는 것에서는 사실 이런 스타일이라고 할 수 밖에 없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사실, 이 부분에 관해선, 단지 제 취향이 그렇다 뿐이지, 영화적인 방향에서는 정말 엄청난 내공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영화에서 사람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중심이 되는 사건이 있어야 하게 마련인데, 그것이 진짜 인생처럼 느껴지면서도, 영화의 미학을 동시에 끌어내는 것이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니 말입니다. 이창동 감독의 매력은 사실, 바로 이면 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매력은 영화의 내공이 절대로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죠.

이 영화에서는 그 포착점이, 인생의 말기에 선 한 사람이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것, 그러니까 시를 쓰는 것과, 그 사람의 주변 상황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일단 기본적으로 가장 밑바탕에 주인공이 하고 싶어 하는 것에 관해 깔고, 그녀가 처해 있는 상황에 관해서 설명을 합니다. 그리고 그 평범한 일상속에, 그녀를 바꿔버릴 수도 있는 파문을 던지죠. 이 파문은 결국에는 그녀가 왜 그동안 시를 쓸 수 없었는지에 관한 한 이유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녀의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어려운 사람, 그리고 나이든 사람이라는 테마에서 많이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특별하기는 하지만,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이야기에 양념을 치는 것입니다. 이런 일반적인 사람들의 비일상에 관해서 영화는 매우 극도의 질문을 던집니다.

이 질문은 결국에는, 앞서 말했듯 가장 하고 싶었던 일, 그러니까 시를 쓸 수 있는가에 관해서 질문을 던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와중에 많은 사건들이 이 영화에서 스쳐 지나가고 있죠. 이 사건들은 결국에는 각각의 부분에서 제역항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람의 일상을 관찰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사건은 결국에는 장치에 불과할 뿐, 중심에 서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사람이 중심이라는 테마를 정말 무서울정도로 잘 사용을 하고 있죠.

그 중심에 선 배우는 결국에는 윤정희입니다. 전 흔히 말 하는 새 영화 세대인지라, 윤정희라는 사람이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는 절대 모릅니다. 아는 배우들은 오히려 최근에도 열심히 영화에 출연을 하는 배우들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윤정희라는 배우는 정말 많은 작품을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게는 매우 생소한 배우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녀는 말 그대로 최고의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미자라는 역은 결국에는 이 영황의 중심에 선 인물이며, 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이끌어 가는 존재인 동시에, 그녀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그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영화는 보여주고 있고, 심지어는 영화 전체에 그녀가 안 나오는 장면은 오직 마지막밖에 없을 정도로 계속해서 카메라가 밀착해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이 연기를 해 낼 수 있는 것은 사실 배우의 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정희는 이 영화에서 평범한 소시민이며, 나이가 들어서, 뭔가 다시금 스스로 작은 것 하나를 이뤄 보려고 하며, 동시에 매우 작은 사람이기에, 그녀의 주변에서 그녀가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동시에 여러 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을 일일이 막아야 합니다. 윤정희는 그런 역할을 매우 자연스럽게 소화를 해 내면서, 영화적인 정취를 잃지 않게 잘 유지를 하고 있죠.

물론, 우리가 아는 흔히 말하는 극적인 파괴력이 이 영화에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그녀가 해야 하는 역할은 감정을 전달하는 역할까지 해야 합니다. 게다가 밀착적이기까지 하기 때문에 부담이 정말 장난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만, 그녀의 연기는 말 그대로 소시민이며, 말 그대로 손자를 사랑하는 할머니이며, 그리고 뭔가 소녀적인 감성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여자의 모습까지 다 보여주고 있습니다.

약간 생소한 부분이라면, 최근의 연기 스타일이 흔히 말하는 폭발 내지는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두가지 연기가 주로 나온다고 한다면, 윤정희의 연기는 뭐랄까, 아주 오래전 영화들에서 풍겨나오는 아우라, 흔히 말하는 뭔지 모를 우아함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연기 방향을 생각해 보면 정말 충격적인 방식입니다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연기가 정말 잘 어울입니다.

물론 윤정희라는 배우 외에도 눈에 띄는 배우들이 몇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짜증 유발 아역이라는 단어는 사실 헐리우드 영화에서 잘 쓰는 말이기는 합니다만, 이 영화에서 이다윗 역시 그런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 짜증이라는게, 좀 부끄럽게도 우리가 흔히 보는, 그리고 누구라도 한번쯤 취해 봤을 그런 생활을 연기에 투영하고 있습니다. 너무 자연스럽기에 더 짜증이 올라온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극중에서 그가 일으킨 사건은 절대 일반적인 것이 아니며, 충분히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만한 사건이기는 합니다만.

의외인건, 역시나 이런 저런 드라마에서 상당한 짜증 유발 캐릭터로 나오는 안내상이, 이 영화에서 그렇게 짜증나는 스타일로 안 나온다는 겁니다. 사실, 그간 캐릭터가 여전히 오버랩 되는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를 합니다만, 그동안의 연기 내공이 절대로 허투가 아니라는 듯이, 이 영화에서는 윤정희와 적당히 발을 잘 맞추면서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데에 일조를 합니다. 솔직히, 이 영화 덕에 다시 본 배우라고 할 수 있죠.

솔직히 말씀드려서, 전 김희라라는 배우를 잘 몰랐습니다. 최근까지도 영화에 정말 열심히 나오는 분인데, 정작 제가 관심깊게 본 영화는 없더라구요;;;(구미호 가족도 그렇고, 심지어는 나름대로 보겠다고 마음 먹었던 사생결단 마져도 영화 시작 20분만에 관심이 식어버렸다죠.) 아무튼간에, 그의 연기 역시 대단합니다. 아무래도 이 영화에서 역시나 나이가 있는 캐릭터인 동시에, 상당히 복잡 다난한 인물이면서, 표정으로는 절대로 제대로 분위기를 전달 할 수 없는 역이기는 합니다마는, 이 영화에서 그의 존재감 역시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뭐, 사실 배우들은 이 외에도 정말 많이 나옵니다. 사실 이런 영화에서 나오는 배우들이 다 그렇겠지만, 정말 존재 이상의 역할을 영화에서 해 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약간은 이상할 수도 있고, 너무 소시민적인 캐릭터들로 등장을 하는 편인지라, 아무래도 이런 것들에 있어서 주로 배우들이 집중을 하는 경향이 보이긴 합니다만, 워낙에 영화가 그런 쪽으로 가는 탓에 정말 잘 어울린다는 평가밖에 할 수 없는 것이죠.

물론 영상미 역시 대단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특별히 미술이라고 할 만한 부분도 없고, 흔히 말하는 우리네 사는 골목과 우리네 사는 짐과 인생이 여전히 영화에서 비치고 있습니다만, 그런 일상적인 부분에서 이창동 감독은 영상을 끄집어 내는데에 거의 신기에 가까운 실력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분명히 익숙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공간이고, 영화에서도 그렇게 느껴 집니다만, 그런 부분에서 배우들이 고조시킨 감정을 좀 더 끄집어 낼 수 있다는 점이죠.

결론적으로, 그리고 제 사적인 감정을 완전히 배제를 하고 들어가자면, 정말 잘 만든 영화입니다. 영화가 말 그대로 서정적이고, 천천히 흘러가면서, 인간의 인생과 그리고 그 사소한 의문을 이런 식으로 잘 전달을 하면서 그 대답을 이렇게 괜찮게 해 낼 수 있는 영화는 정말 많지 않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영화가 전반적으로 좀 견뎌내기가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은 조금 생각해 볼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부분은 취향 문제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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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