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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14 리미츠 오브 컨트롤 - 그 영화, 묘하다
횡설수설 영화리뷰2013. 5. 14. 14:38

(참고로 모든 오프닝은 당시에 쓴 겁니다. 유의 부탁 드립니다.)

 

뭐, 그렇습니다. 이번주에 한 편은 시사회로 봤는데, 이 영화랑 겹치더군요. 사실 이 영화야 개봉관이 어디 있는지 그나마 알고 있으니 포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아쉽기는 아쉽더군요. 시사가 분위기가 돈 내고 보는 것 보다 좋은 경우가 상당히 많아서 말이죠. (물론 몇몇 극장의 경우는 영사 상태가 심히 안 좋은지라 욕 나오는 극장들에서 하는 경우도 간간이 있기는 합니다.) 그나마 가까운데서 개봉했으니 다행입니다.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 짐 자무쉬의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물론 제가 짐 자무시의 영화를 처음 접한 것은 아닙니다만, 극장에서 접하게 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관심을 가질 당시가 그 커피와 담배가 국내 개봉 하던 시절이었던 데다, 그 당시에 제가 고등학생인가 중학생인가 그랬다는 기억이 나는군요. (대학생 초기던가? 기억이 제대로 안 나는군요.) 아무튼간에, 제가 당시에 이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제가 골라서 보게 된 첫 흑백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이전에, 오페라의 유령이라던가, 아니면 찰리 채플린같은 작품들은 어떤 이유로 인해서 우연찮게 보게 된 영화들이죠. 하지만, 이 영화는 제가 골라서, 그것도 매우 직접적으로 보게 된 영화들입니다. 당시에 무슨 영화 소개를 듣고 이 영화를 보고 싶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간에, 결국에는 극장에서 못 보고 DVD로 나중에서야 보게 되면서, 한 번 제대로 눈에 들어 온 영화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극장을 사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영화이기도 합니다.

당시에 이 영화의 방식을 굉장히 특이했습니다. 영화가 흑백에다가, 심지어는 옴니버스였죠. (제가 들은 바로는 영화를 만든 짐 자무쉬의 과거 작품을 모은 다음, 거기에다가 다른 작품을 더 덧붙였다고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배우진이 똑같은게 새개 있거든요.) 아무튼간에, 이 영화에서 제가 보면서 충격을 먹은게, 대체 무엇 때문에 그 도도하다고 소문난 빌 머레이가 커피를 주전자째 마시고 있는지에 관해서 였습니다. 결국에는 이 장면 덕분에 영화를 보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죠.

이후에 제가 짐 자무쉬의 영화를 접하게 된 것은 브로큰 플라워라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일종의 실수로 접하게 된 영화죠. 한글 자막도 없이, 이 영화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정말 묘한 울림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는 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대단히 강합니다만, 연기와 그 속의 영상 만으로도 그 울림이 전달되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이후에 자막이 있는 상태에서 보게 된 이 영화는 또 한번의 충격을 가져다 줬고 말입니다.

이쯤 되면 대략 짐 자무쉬의 영화가 대략 묘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라는 것을 짐작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번 영화인 리미츠 오브 컨트롤은 정말 괴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의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매우 간단하며, 심지어는 형식도 간단합니다. 기본적으로 영화의 스토리 공식은 딱 하나, 어떤 킬러가 사람 죽이러 간다라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걸 배배 꼬는 것도 없고, 뭔가 이유를 설명해 주지도 않습니다. 오직 그 사실만 있을 뿐이죠. 사실, 제가 지금도 짐 자무쉬라는 감독에 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영화가 이런 가벼운 설정이 다일 거라고는 예상을 전혀 하지 못 했습니다. 견식이 짧은 것이 완전히 드러나 버린 영화라고 할 수 있죠.

이 영화는 이 간단한 도식을 바탕으로 영화를 채워 넣습니다. 심지어는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배우의 대사는 정말 몇 줄 안 됩니다. 영화 내내 한 스무마디 하는 것 같더군요. 상대 배우는 실컷 떠들게 만들어 놓고 나서, 자기 자신은 한 마디도 안 하는 묘한 역할입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오히려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일종의 고독한 킬러라는 것을 극도로 밀어 붙이면서 오히려 약간은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는 분위기가 사뭇 존재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런 극단적인 사고방식은 정말 대담하게도, 주인공의 취향이라던가, 그의 주변에서 사람들이 접근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납니다. 이 영화에서 영화의 진행은 스토리가 아닌, 오직 그 과정으로 가는 것에 있어서 일어나는 장치로만 가지고 영화를 구성을 해 내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이 영화가 정말 예술성이 넘치는 영화라고 해야 할 터인데, 이 영화는 전혀 다른 방시긍로, 이런 부분을 피해 갑니다. 이 영화가 의외로 로드 무비의 성격을 띄고 있다는 점이죠.

기본적으로 로드무비에 있어서 주인공이 보는 풍광이나 만나는 사람들은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장치들입니다. 심지어는 그 풍광이 존재하는 곳 자체가 일종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사실 이 영화에서 이 풍광이라는 것은 영화 내에서 정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진행되는 장소인 스페인이라는 곳을 보여주는 것에서 부터 시작해서, 그 스페인의 여러 풍광을 보여줍니다. 그것도 이 영화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말입니다.

이 풍광은 이 영화를 지배하는 요소입니다. 주인공은 이 풍광 내에서 말 없이 돌아다니며, 이 풍광속에서 일을 합니다. 기본적으로 그저 움직이는 피사체에 불과하다고 생각이 되는 부분이 있을 정도로, 이 영화의 영상은 풍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 그렇게 심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역시나 묘하기 짝이 없는 주인공의 설정 때문이겠죠. (그 설정은 정말 걸작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설정만 가지고도 웃음이 나오게 하는 경우는 정말 처음 봤습니다.)

이런 둘의 결합은, 스토리의 빈 공간을 채워가며, 영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요즘 보는 영화읫 탄탄한 스토리를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영화를 기대했다가는 완전히 뒤집어 쓰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만큼 매력이 이상한 곳에 있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앞서 설명한 두 부분의 묘한 결합과 풍광이 그 일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배우들이 차지하는 위치도 상당합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계속해서 방랑을 하며, 그 이유를 모릅니다. 그 이유를 아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가 만나는 사람들 뿐이죠. 하지만 주인공은 그런 그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오직 목적을 바라보고, 그 목적으로 가는 길에 있는 사람들일 뿐이죠. 심지어는 그 사람들 마져도 뭔가 단서가 될 만한 이야기를 던져주지 않습니다. 결말이 나오기 전 까지는 그들이 하는 말이 왜 그가 이런 여행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단서가 되는지조차 설명이 안 되고, 심지어는 왜 그가 이 일을 맡았는지에 관해서까지 설명이 전혀 안 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말이 되면 완전히 달라집니다. 결말에서는 왜 그가 그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뭘 전달을 받고, 왜 여행을 해야 했는지에 관해서 오직 그가 목표로 하는 사람 덕에 답을 알게 됩니다. 이 답은 솔직히 상당히 압축적이고 집약적이어서 그동안의 모든 영화를 한번에 설명을 해 버리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정신 바짝 차리고 있지 않으면 그 답을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일종의 결정적인 한방인데, 사실, 그간 그 많은 영상과 사람들이 등장하는 이유로서는 충분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그 입에서 나오는 말에 관한 대답은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일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예술이고, 그 예술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도식을 통해서 좀 더 많은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겠죠. (국내에서는 극장 개봉까지 왔으니 그런대로 성공한 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 그런 감독의 말을 전해주는 것은 배우들입니다. 특히나 빌 머레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바로 그 단서를 제대로 제공을 하고 있죠. 사실 빌 머레이가 짐 자무쉬와 일 한 적이 꽤 많으니, 이런 식의 전달에 있어서 빌 머레이만큼 잘 아는 배우도 드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출연 분량은 적지만, 주인공이 가장 많이 말을 하게 만드는 사람미며, 동시에 이 부딛힘을 제대로 표현하는 배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이삭 드 번콜의 경우도 빼 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그는 이런 저런 영화로 국내에서도 얼굴을 꽤 알린 배우입니다. 아마도 제 기억에 마이애미 바이스에서도 한 번 나왔었고, 그리고 007 카지노 로얄에서 주요 악당에게 돈 맡겼다가 007 에게 개죽음 당한 (?) 그 배우를 기억하실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는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그 자체로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는 어려운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대사는 터미네이터1편의 아놀드 슈워제네거보다 적은 수준인데, 그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영화가 특유의 색과 광경을 자랑하는 덕분에, 그의 이미지는 그만큼 튀어 보입니다. 사실 연기랄 것도 없죠. 웃음도 없고, 그냥 무표정하게 돌아다니며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이 다입니다. 하지만, 그걸 이 영화에서는 정말 무서울정도로 유지를 해 버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배우가 둘 더 있는데, 틸다 스윈튼과 존 허트입니다. 이 영화가 일종의 현실과 허구 사이에 존재하는 것에 탐닉하는 사람들도 나오는 만큼, 그 사실을 반영하는 데에 틸다 스윈튼이 생각보다 잘 이용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그녀의 이름을 보고서야 틸다 스윈튼인줄 알았다죠. 존 허트는 특유의 얼굴 생김새가 상당히 강렬하고 말 하는 톤 역시 상당히 귀에 익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알아보기는 하겠더군요. (존 허트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의장으로 나왔었습니다.)

아무튼간에, 영화라는 것이 이런 것일 수도 있구나 하는 일종의 새로운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슨 킬러 나온다고 총들고 설치는 영화를 생각하신 분들께는 정말 쥐약이 될 만한 영화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마음을 넓게 가지고, 화면과 들리는 소리, 그리고 영화의 대사에 귀를 기울이신다면, 영화가 전뎌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그런 방식을 가진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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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