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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23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 프리퀄의 존재 이유란 이런것!
횡설수설 영화리뷰2013. 5. 23. 10:29

(참고로 모든 오프닝은 당시에 쓴 겁니다. 유의 부탁 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볼 맘이 별로 없었습니다. 솔직히 이번주에 이 영화 외에는 한 편이 더 있기는 합니다. 물론 애니메이션이죠. 그 이후로 한동안 영화가 없어서 그냥 마음을 비우고 있었습니다만, 결국에는 이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커뮤니티의 강력 추천이 계속 있어 와서 말이죠. 하지만, 아무래도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영 피하고 싶었던 것이, 제가 이상하게 유인원이 나오는 영화는 좀 기피하는 성향이 있어서 말이죠.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프리퀄의 존재는 항상 껄끄러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나온 영화가 있고, 그 이전 이야기를 하는 셈이니 말이죠. 그 이전 이야기는 이미 다들 어떻게 되어 있는지 그 오래전의 속편(?)이 어느 정도 밝혀 준 상황인지라, 아무래도 이 영화에 관해서는 이미 제한사항도 있게 마련입니다. 결국에는 관객들이 이 내용을 거의 알고 간다는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죠. 이런 문제를 해결을 하는 데에 정말 고생한 작품이 바로 스타워즈 입니다.

스타워즈는 수십년전에 이미 클래식 3부작으로 대단한 힘을 보여준 바 있었습니다. 영화 제작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은 작품중 하나로 꼽히는 동시에, 우주 블록버스터라는 장르라는 점에 있어서 얼마나 다양한 매력이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이 매력이 과연 얼마나 중후해 질 수 있는지에 관해서 보여준 바 있죠. 이런 작품의 후속작이 나오는 것도 힘들기는 하지만, 이런 작품의 이전 이야기를 후속작으로 만드는 것은 더 힘든 일이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소위 말하는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 입니다. (다른 분들은 구분을 하는 방식을 아나킨 3부작과 루크 3부작으로 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이 프리퀄 3부작은 엄청난 혹평으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평이 좋은 작품이 3편인 시스의 복수인데, 그 이전 작품들은 루카스가 돈이 떨어져서 이런 거나 만드냐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물론 전 약간 다른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전 오래전 스타워즈 세대는 아니라서 말이죠.) 그 전에 아나킨이 어떻게 타락해가며, 어떻게 구공화국이 몰락해가는가에 관해서는 아무래도 3편에서 거의 몰아서 처리를 한 부분도 있고 말입니다.

아무튼간에, 영화판에서는 이렇게 프리퀄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시도는 그래도 올해 내에는 꽤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죠. 아시는 분들은 아시는 영화인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 이 영화는 몰락해가는 엑스맨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구원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것이, 울버린 스핀오프도 어찌 보면 프리퀄에 가까운 영화였는데 평가는 그닥 이었다는 겁니다.)

사실 이런 식으로 프리퀄이 유혹적이면서도 힘든 이유는 간단합니다. 관객들이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는 두가지 측면이 있는데, 일단 제작사로서는 이미 아는 결과와 이미 밝혀진 것들을 짜 맞춰서 영화를 만들면 되니, 이런 것들을 가지고 영화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관해서만 해결을 하면 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대신 관객들에게는 이미 아는 결과와 내용들이 과연 자신에게 어떤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에 관해서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죠. 게다가 과거에 그 영화를 봤던 그 느낌을 여전히 다시 받기를 바라기도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 걱정을 해야 할 것이 또 두가지가 됩니다. 일단 이 작품의 원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내용상 후편이자 제작 시기상 전편인 작품의 위용이 크면 그만큼의 명성을 맞춰 줄 만한 그런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죠. 이런 점을 해결을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이라는 것은 스타워즈에서 이미 밝혀진 바 있습니다. 예전 팬들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영화를 거치면서 더더욱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과거의 향수를 불러 일으켜야 한다는 점 입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해결해야 할 것은, 영화관에는 오직 이런 관객만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 부분이 바로 두번째 문제인데, 바로 새로운 관객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 입니다. 이 새로운 관객들은 예전 이야기를 전혀 모른다는 가정 하에, 이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로운지, 그리고 얼마나 강렬한지를 가지고 판단은 하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프리퀄은 이 문제들까지 해결을 해야 한다는 난점이 걸리는 것이죠.

제가 이렇게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영화, 이 모든 것들을 충족시키는 강렬한 힘이 있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프리퀄적인 측면에서 볼 때에, 이 영화가 과연 무슨 내용을 채워야 하는지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됩니다. 결말은 이미 알고 있고, 이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 과정을 뭘로 채워 넣는가 하는 점인데, 이 영화는 여기에 의외로 누군가의 실험과 절박함, 그리고 대단히 조밀하고 강렬한 감정을 여러 군데에 포진을 시켜 놓습니다. 그리고 이 절박함은 마지막의 암울함까지도 전부 논리 전개의 연속으로 놓고 있습니다. 그것도 영화적으로 대단히 효과적이게 말입니다.

액션 영화 이야기를 할 때에 항상 하는 이야기 이지만, 스토리는 부가적인 측면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스토리가 중심이 됩니다. 이 스토리는 이미 알고 있는 종착역으로 가는 기차이지만, 가는 길은 대단히 흥미롭게 되어 있죠. 이 가는 길에는 대단히 단단한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일단 이 작품 특성상 유인원이 어째서 인류에게 적개심을 가지는지, 그리고 어째서 유인원이 인간을 그렇게 싹 쓸어버릴 수 있는지에 관해서 단서를 여럿 제공하고 있죠.

이런 단서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뒷편이 흥행으로 인해 안 나온다고 해도 (지금 상태 봐서는 속편이 나올 듯 합니다만.) 이미 단서는 다 준 관계로 이미 본 관객들은 이 영화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전율을 느낄 테고, 동시에 안 본 사람들도 이런 부분들에 관해서 역시 단서로 인해서 굉장히 충격을 받을 터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미덕이 여기서 마무리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감정과 유대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이 영화에서 감정과 유대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을 합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어찌 보면 이런 엄청난 일의 원흉은 한 남자의 절박한 심정입니다. 그리고 그의 선한 마음이죠. 이런 것들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 모든 것들이 좋은 결과로 가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 특별한 것이죠. 결국에는 이 결말이 얼마나 슬픈 것인지에 관해서 영화가 너무나도 확실하게 보여줌으로 해서 관객들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이 영화에서 이 감정의 중요한 점은, 아무도 악인이 없다는 겁니다. 솔직히 이 작품에서 감정적으로 악인이 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이 작품에서 이 감정상 악인은 바로 밝혀지기는 합니다만, 그도 사실상 일반적인 시선에서 보는 사람중 하나일 뿐이죠. 결국에는 관계에서 밝혀지는 누군가의 악행이 아닌, 말 그대로 입장차와 종족간의 차이로 인해서 갈라지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속의 가장 중심에 있는 두 인물(?)의 관계는 대립이 아니라는 점이 더더욱 가슴 아픈 것이고 말입니다.

이 상황이 재미있는 점은, 의외로 이 유인원들에게 감정이입이 된다는 겁니다. 사실 이 작품에서 한 유인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불쌍한 감정을 가지게 합니다. 굉장히 미묘한 일이지만, 이 작품에서의 폭력은 이 미묘한 점을 너무나도 멋지게 건드리고 있다는 점 입니다. 이 점은 대의명분과 개인의 감정, 그리고 종족간의 문제를 모두 다루고 있는 점이기도 하죠. 그리고 관객들은 그 점을 너무나도 확실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 것은 마지막의 큰 스펙터클로 달려갑니다. 사실 중반에는 웬만한 SF스릴러의 스타일에 더 가까운 편인지라 이 영화가 과연 블록버스터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좀 묘하게 다가오는데, 마지막의 스펙터클은 일련의 감정을 촉발하는 면을 가지면서 동시에 이 영화에서 화려함을 보여줌으로 해서 관객에게 시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것이죠. 게다가 이 상황은 의외로 미묘한 감정까지 안기고 갑니다. (사실 이 미묘한 감정은 일반적인 스펙터클이라기 보다는 재난영화에서 느끼는 그런 느낌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덕분에 이 영화를 정말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만, 이 사이를 더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배우들입니다. 특히난 눈에 띄는 것은 이 영화에서 나오는 한 유인원인데, 우리가 골룸과 킹콩 리메이크를 통해 알게 된 배우인 앤디 서키스가 이 유인원을 연기 했습니다.

앤디서키스는 이 영화에서 정말 고생을 많이 합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그의 얼굴이 직접적으로 나오는 경우는 한 번도 없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 영향이 전혀 안 보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의 유인원 연기 속에 숨겨진 감정의 우러나옴은 정말 이 작품에서 한 유인원이 할 수 있는 자신에게 가장 최선의 선택으로 가는 길에 놓인 그런 모습을 정말 절절하게 보여줍니다. 인간의 연기보다 더 어렵고 더 화려한 면이라고 해야겠죠.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그 연기로 인해서 더더욱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인데, 아카데미 규정을 바꿔야 합니다. 디지털 캐릭터도 상을 받아야 해요.)

인간의 모습으로 가장 멋진 연기를 보여주는 사람은 역시나 제임스 프랑코 입니다. 사실 이미 제임스 프랑코는 과거에도 상당히 멋진 연기를 보여준 바 있습니다만, 이 영화에서는 흔히 재난 블록버스터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선한 주연을 보여주기는 합니다만, 그 속에 아픈 감정과 너무나도 절박한 감정을 동시에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미 다른 영화에서도 그런 감정을 한 번 보여준 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이 영화에서는 더 정제된 느낌이죠.

프리다 핀토는 솔직히 좀 아쉽습니다. 솔직히 그녀 연기가 아주 좋다고 하기는 힘든게, 역시나 틀에 박힌 그런 연기를 보여주고 잇죠. 이 영화에서 사실 그녀에게 요구하는 것은 주연이 상황을 받아들이게 하는 그런 장치적인 역할인지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사실 굉장히 만족스럽기는 합니다.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여성이 지적으로 보이기 힘들다는 것을 제대로 깨 버린 그런 스타일의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고 말입니다.

톰 펠튼의 경우, 연기는 굉장히 잘 했습니다. 사실 이런 영화에서 그 정도로 지독한, 어딘가 병적인 부분이 있는가 싶을 정도의 밉상은 사실 배우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만, 이 영화에서는 말 그대로 유인원의 대립 촉발점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정말 많은 힘을 준 그런 배역이기도 합니다. 다만, 말포이 이후에 배역이 하필 이 배역인지라, 점점 더 이쪽 라인만 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는 하더군요.

존 리스고라는 배우가 이 영화에 나옵니다. 이 배우에 관해서 제가 가장 놀란 것은, 너무나도 착한 사람으로 이 영화에 등장을 한다는 겁니다. 물론 배역상 주인공의 절박함을 대변하는 장치이기는 합니다만, 이 배우가 이런 자리를 그렇게 멋지게 소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놀라웠습니다. 사실 이 배우의 전작중에서 제가 기억하는 것은 너무나도 악마적인 역할로 나온 그런 배역이기 때문에 그런 면이 있기는 합니다만.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덱스터에서.......엄청난 역으로 나온 바로 그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에도 아쉬운 역할로 나온 사람이 있습니다. 이 영화의 경우는 두명인데, 브라이언 콕스와 타일러 라빈 이라는 배우입니다. 사실 두 배우 모두 과거 작품으로 인해서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면이 있기는 합니다만, 둘 다 엄청난 악당으로 나온 경력이 있는 배우들인지라, 브라이언 콕스가 이렇게 특징 없이 나올 수 있고, 타일러 라빈이 이렇게 착한, 하지만 이렇게 허무한 배역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놀랍더군요.

아무튼간에, 올해 영화는 이상한 데에서 터져나오는 그런 때인 것 같습니다. 저같이 유인원이 주종으로 나오는 영화를 병적으로 싫어하시는 분들이 아니라면 이 영화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와 더불어 최고의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할 만한 그런 영화이기 때문에 꼭 한번 보러 가시기를 권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극장에서 볼 만한 가치가 있고, 곱씹어 볼만한 가치가 있으며, 돈을 들여 볼 만한 그런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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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