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영화리뷰2013. 5. 22. 09:46

(참고로 모든 오프닝은 당시에 쓴 겁니다. 유의 부탁 드립니다.)

 

원래는 이번주에 생텀과 버레스크라는 두 작품이 포함이 되어 있었습니다. 불행히도, 생텀의 경우는 도저히 볼 맘이 안 생긴다는 점으로 인해 패스를 해 버렸고, 버레스크의 경우는 개봉관을 못 찾았다는 이유로 패스를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버레스크의 경우는 한 번 꼭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이상하게 개봉관이 없더군요. 그냥 뒀다가 적당히 다른 영화 보고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뭐, 그렇다는 겁니다.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디즈니는 픽사와 한창 영화를 만들던 시절, 굉장한 암흑기를 겪은 바 있습니다. 그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는 제가 작년에도 한 번 써 먹은 바 있습니다만, 잠시나마 한 번 다시 이야기를 하기로 하죠.

실상 디즈니의 명성은 일단 월트 디즈니라는 사람이 살아있던 시절과, 제프리 카첸버그라는 두 사람의 이름에 빛을 지고 있는 시절이 굉장히 길었습니다. 실사 영화에서도 굉장히 많은 영화에서 힘을 발휘를 했지만, 애니메이션 시절을 이야기를 해 보자면, 월트 디즈니 시절에 이상한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를 필두로 하여 피노키오, 판타지아, 덤보, 담비, 신데렐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아우르는 시절이었죠. 그리고 월트 디즈니의 스타일은 이후에 피터팬, 레이디와 트램프. 잠자는 숲속의 공주같은 클래식 작품들이 즐비하죠.

그 이후에는 잠시나마 카젠버그 제작의 애니가 중흥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직접적으로 제작에 이름을 올린 케이스는 아닙니다만, 디즈니에서 그가 있을 시절에 꽤 걸출한 작품이 여럿 탄생했죠. 라이온킹같은 것들 말입니다. 하지만, 라이온킹 이후에 디즈니는 굉장히 어려운 일을 겪게 됩니다. 디즈니의 매직 킹덤이 결국에는 수익을 일구기 위한 기업이라는 면에서 엄청난 폭풍을 겪게 된 겁니다.

디즈니의 사태는 굉장히 복잡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제작에 관해서 디즈니의 경영진이 직접적으로 간섭을 하는 경우도 꽤 많이 발생을 했고 말입니다. 물론 이 문제는 적어도 월트 디즈니 재직 시절과 이후 카젠버그 시절까지는 좀 플러스적인 요인으로 작용을 했던 듯 합니다만, 이후에 이야기는 정말 참담하기 그지없죠. 이 시기에 픽사가 결국에는 극적으로 치고 나왔던 면도 있기 때문에 3D 애니가 기존 2D 애니를 밀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디즈니가 과거에 안주해버렸던게 패인이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이 시절은 정말 악화 일로였던 것은 아닙니다. 디즈니는 실사 영화 라인에서 수익을 꽤 거두는 면도 있었기 때문에 디즈니 자체가 흔들리는 사태는 없다고 할 수 있었죠. 하지만, 경영진 내부 불화는 정말 끝도 없었던 것으로 많은 경제지들이 이야기를 해 왔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면에서 카젠버그가 드림웍스로 떠나고, 디즈니의 직접적인 후손인 이사진이 밀려나고, 그 이사진이 다른 이사들에게 싸움을 거는 과정에서 이상하게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박살이 난 것이죠.

실제로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제작비 대비 수익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픽사에 외주를 주게 되는 괴상한 짓을 하게 됩니다. (물론 지금 픽사는 디즈니 산하 회사입니다.) 그리고 자사의 2D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문을 닫아버리게 되는 헤프닝을 벌이죠.

하지만, 이 상황에서 약간 재미있게 된 것은 결국 문제의 시기를 갔던 CEO의 퇴진 뒤에, 픽사와 벌어진 일련의 사건이었습니다. 픽사의 사장인 존 레세터가 친정인 디즈니로 돌아가서, 다시 문을 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사장이 된 것이죠. (존 레세터는 픽사 전에 여러 회사를 전전한 바 있습니다만, 그의 애니메이션 감각은 디즈니에서 배운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존 레세터는 결국에는 다시금 부활 작업을 시작을 하게 됩니다.

이미 그 결과는 작년에 공주와 개구리고 한 번의 도약을 한 바 있습니다. 물론 수익이 아주 좋지는 않았습니다만, 적어도 디즈니가 예전 스토리 텔링 감각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계기였죠. 굉장히 새로운 시도 속에서 디즈니의 정신을 다시금 담아낸 방식이라고 말입니다. 라푼젤의 경우는 바로 이런 상황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라푼젤의 제작은 굉장히 험난한 일련의 과정이 뒤따랐습니다. 제작비가 2억 6천만 달러가 들었다고 발표가 났었는데, 사실, 이 작품의 경우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이 작품은 제작되다 엎어지고, 다시 제작에 들어가다 엎어지고 하는 상황이 굉장히 반복이 되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약간 묘한게, 이 작품은 이런 관계로 인해서 엎어진 이후의 본격적인 제작비를 산정을 하면, 거의 1억달러 가까이 빠지는 기현상이 나오기도 합니다.)

물론 이 작품은 기본적인 면에서 디즈니의 아주 본격적인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가에 관해서는 솔직히 전 아쉬움이 좀 남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디즈니를 좋아하는 가장 큰 부분은, 그림이 컴퓨터가 아닌, 좀 더 셀화에 가까운 면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디즈니의 본격적인 부활을 좋아했던 것이고 말입니다. (물론 요새는 2D 애니에서도 컴퓨터 사용은 필수 입니다.) 물론 이 작품의 경우, 그렇게 구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 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담는 그릇이 무언가에 따라 달라 보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좀 아쉽다는 말을 먼저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존 레세터의 말 대로, 애니메이션은 첫째도 스토리요, 둘째도, 셋째도 스토리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이 그럿에 관한 부분은 제 투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어찌 보면 디즈니의 기본 공식에 굉장히 충실한 작품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 이 작품은 동화를 적극적으로 차용을 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디즈니에서는 많은 애니메이션에 동화를 사용해서 영화화 하는 방식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왔죠. (라이온킹의 경우는 표면적으로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가지고 만들었다고 하지만, 일부에서는 밀림의 왕자 레오를 표절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의 특징이라면, 이 동화에 여러가지를 덧붙여서 좀 더 자신들의 오리지널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작품 역시 바로 이런 면에서 굉장히 능통한 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의외로 이 작품에서는 스토리 그 자체에서의 힘이라는 것에서 변주를 가하는 능력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과거에 인어공주에서 결말을 고친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스토리에 살이 많이 붙은 경우도 드물죠.

일단 기본적인 면에서 이 작품은 기존에 왕자가 공주를 구하는 스토리가 아닌, 공주 스스로가 어떤 개척자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품이 움직입니다. 물론 여기에 동기는 매우 동화적인 면모를 더 추가를 하는 방식이기는 하죠. 하지만, 여기서 왕자의 역할은 (엄밀히 말하면, 왕자도 아닙니다. 범법자의 대명사에 가깝죠.) 오히려 이 공주가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고, 좀 더 성장을 하게 하며, 사랑에 눈뜨게 하는 역할로 갑니다. 바로 이런 방식으로 인해서 라푼젤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지게 합니다.

디즈니가 공주에 굉장히 많은 힘을 실어 준 것이 상당히 최근 일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여성상에 점점 더 가까워 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공주와 개구리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죠. 게다가 기존의 백인의 금발이라는 설정 역시, 일종의 마법의 일환일 뿐, 이 것도 본질적으로는 결국 전부 휘발이 되는 방식으로 갑니다. 게다가 이 공주의 경우는 결정적으로, 성장과정에 의한 혼란과 그 성격에 관한 제 정립이라는 면을 작품에서 매우 재미있게, 하지만 뼈대 있게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미 공주와 개구리에서 보여줬듯이, 남성역의 성장도 굉장히 눈에 띕니다. 일단 선인지 악인지 애매 모호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악인 모습을 가지고 만들면서, 이 철 없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만, 정작 목적은 없는 사람에게 목적이 생기게 하고, 사랑에 관련된 성장과 도덕의 구현이라는 모습은 상당히 특이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성장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것으로, 한량의 모습에서 스스로 책임질 것이 생기고, 그 책임을 받아들이는 모습이기도 하죠.

이런 캐릭터의 연속은 상당히 특별합니다. 기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역시나 꽥꽥이가 없다는 것이죠. 보통 이 꽥꽥이 캐릭터는 시끄럽게 속사포 대사를 늘어 놓으면서, 쉴새 없이 개그를 구사하는 그런 캐릭터 입니다. 하지만, 이 캐릭터들의 경우 대부분이 그냥 개그 캐릭에, 작품에 맞게 조정이 되는 부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솔직히 시끄럽기만 하고, 개그가 안 웃기는 경우는 더더욱 절망적인 캐릭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꽥꽥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 자리에 들어가는 캐릭터들은 그저 노래로 한 장면 지나가고 맙니다. 심지어는 개그라고 하기에는 뭔가 묘하게 울림이 있는 부분들 마져 존재하죠. 게다가 비슷한 자리에 있을 법한 캐릭터들은 결정적으로 말을 한 마디도 못합니다. 덕분에 오히려 슬랩스틱적인 재미가 상당히 강한데다, 작품상 이들의 캐릭터 역시 성격이 매우 단단하게 형성이 되어 있는 관계로, 상당히 탄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악역은 정말 영화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 입니다. 보통 디즈니에서 나오는 악당 캐릭터들은 특색이 굉장히 강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동화를 이용한 작품의 경우는 마법을 부릴 줄 안다는 특징이 있죠. 라푼젤의 원작 역시 악역은 마법을 부릴 줄 압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악역은 마법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권모술수에 능한 그런 캐릭터죠. 어찌 보면 여자 사람 버젼의 스카(그 라이온킹의 악당 말입니다.)로서, 이 영화에서 그녀는 아름다움과 권모술수에 굉장히 능하며, 말로서 모든 악을 해결하지만, 스스로의 손이 더러워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그런 악당입니다. 말 그대로 상대에 관해서는 아무 관심도 없는 거의 싸이코패스급의 악당이라는 것이죠. 영화사에 길이 남을 애니메이션 악당이 될 수준으로 나옵니다.

심지어는 이 영화에서 나오는 조연급의 악당의 경우, 일종의 계약 관계로 무장한 굉장히 잔인한 면모를 동시에 잘 드러내는 그런 악당으로 등장합니다. 단순하지만, 그만큼 우악스러운 것이죠. 이 면을 개그로 밀어 가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악당적인 느낌으로 더 그려가는 묘미가 있습니다.

이런 캐릭터들이 있는 스토리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기본적으로 라푼젤이라는 작품의 기본적인 스토리를 따라가고는 있지만, 이 속에 여러가지 설정 변화와 캐릭터의 입체성, 그리고 이유 설명의 경우가 정말 탄탄해 짐으로 해서, 그리고 이 속에서 주제를 우려 내는 강렬한 묘미로 인해서 이 작품은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경지로 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이야기는 원작에서도 뭔가 비어보인다 하는 부분들을 굉장히 유기적으로 연결을 하는 그런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덕분에 더더욱 매력적으로 변했고 말입니다.

디즈니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음악입니다. 이 작품은 전작의 랜디 뉴먼이 아닌, 엘런 멘켄입니다. 디즈니에서 그는 정말 대단한 존재죠. 인어공주와 미녀와 야수의 작곡가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음악은 괜찮았던 노틀담의 꼽추, 그리고 얼마 전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유전자를 실사 영화에 이식한 마법에 걸린 사랑의 음악의 작곡가이기도 하죠. 실제로 이 작품에서 음악은 대단히 매끄러우며, 내용을 설명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분위기 역시 대단히 잘 살리고 있고 말입니다.

뭐, 그렇습니다. 정말 잘 만든 작품으로, 디즈니 특유의 힘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다만 고전 스타일이 꽤 강한 관계로 드림웍스 스타일의 직선적이고 우악스럽고 단순한 재미를 원하는 분들은 좀 실망하실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빼놓고 말씀 안 드렸는데, 이 작품의 3D 효과는 굉장합니다. 아이맥스에서 상영을 하는데 제 역할을 제대로 해 내고 있죠. (디즈니가 트론을 한 번 겪더니, 제대로 정신을 차렸나 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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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