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영화리뷰2023. 12. 21. 07:44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봐야 하는가 하는 약간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한산은 괜찮았으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정작 그 이전의 명량은 좀 취향에서 멀었던 기억이 있어서 말이죠. 아무래도 영화가 극도로 몰리는 주간을 건너오다 보니, 좀 스트레스 받은 면도 있긴 합니다. 그만큼 보고 싶은 작품도 많고, 제가 어떻게 하건 방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도 되긴 합니다. 뭐, 결국 보게 되긴 했지만요.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참 묘한 시리즈 형태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명량부터 시작해서, 한산 : 용의 출연을 거쳐, 노량 : 죽음의 바다 라는 영화까지 나오는 셈이니 말입니다. 물론 영화가 나온 순서가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시간 순서는 다르긴 합니다. 어쨌거나, 앞선 두 편이 모두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번 영화가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순신의 전투에 관해서 이 정도로 강하게 나오는 컨텐츠가 별로 없었던 상황이고, 그나마 불멸의 이순신 정도였다는 것을 생각 해보면 정말 대단한 일이긴 하죠.다만, 작품에 대한 평가는 많이 갈리는 편입니다.

 

 저는 한산 : 용의 출연에 관해서 나쁘지 않게 평가하는 사람중 하나입니다. 기본적으로 영화가 가져가야 하는 이야기에 대한 면모를 잘 가져가면서도 너무 감정적인 면은 또 배체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에서 영화에서 긴박감을 다루는 데에도 꽤나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고 말입니다. 다만, 이 영화도 흠이 없는건 아니어서, 아무래도 전편의 문제에 관해 너무 의식을 한 나머지, 스케일 외에는 전부 소극적으로 가버린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들은 상황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좋긴 했지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명량은 무슨 평가를 들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흥행이 어마어마하게 잘 되었으니 평가도 좋을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많지만, 평가가 의외로 좀 갈리는 편이었죠. 배우들이 연기를 정말 잘 하기는 하는데, 영화가 가져가는 면들중에서 감정은 너무 과잉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게다가 영화 전반부의 이야기는 너무 많은 빌드업 작업을 하는 통에 오히려 지루해지는 상황이라는 말도 들었고 말입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서 사실상 한국 영화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신파에 대한 답습이 그대로 이뤄졌다는 이야기를 꽤 들은 바 있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한민 이라는 감독에 관하여 정말 묘한 평가를 할 수 밖에 없긴 합니다. 명량 이후에 거의 이 시리즈만 안고 가고 있는 상황이긴 한데, 제작자로서는 봉오동 전투라는 영화와 사냥이라는 작품에도 참여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두 영화 모두 평가가 썩 좋지않기에, 아무래도 미묘하게 다가오는 지점들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긴 합니다. 심지어 사냥의 경우에는 정말 웃기기까지 한 대사들도 있는 상황이다 보니 더더욱 이상하게 다가오는 영화가 되어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직접 감독을 하진 않았으니 문제가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냉정하게 바라보더라도 능력이 아예 없는 감독이 아니긴 합니다. 당장에 상업 장편 영화의 시작이 극락도 살인사건이었으니 말이죠. 다만, 이 영화 이후에는 오히려 번득임이 줄어든다는 느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핸드폰 이라는 영화를 내놓으면서 나름대로 건재함을 과시하려 했습니다만, 영화 자체는 그냥 뜨뜻 미지근한 정도였기 때문이죠. 그래도 최종병기 활 이라는 강렬한 영화를 내놓으면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평가 받기도 하는데, 다만, 이 영화의 경우에는 감독의 아이디어가 번득임을 제대로 가져갔다 하기에는 아무래도 뻔한 지점들이 좀 있어서 말이죠.

 

 이번에 이순신 역할을 맡은 배우는 김윤석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미묘하게 다가온느 배우이긴 합니다.연기를 정말 잘 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에도 노력을 정말 많이 하는 배우이기도 합다. 당장에 암수살인 같은 영화나 모가디슈,  타짜 같은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이 배우가 가진 이미지가 단순히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기도 하죠. 다만, 간간히 특정 이미지를 고착화 하는 영화에도 출연하곤 하는데, 이 문제가 크게 발현된게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였습니다. 그간 보여줬던 이미지 재탕이었던 것이죠.

 

 백윤식과 허준호도 이 영화에 메인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백윤식은 김윤석과 범죄의 재구성에 같이 출연한 적도 있죠. 생각 해보면 그 시절 이후로 백윤식은 스스로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고정화 되는 면을 받아들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새로운 영화 나올 때마다 그 이미지를 조금씩 고쳐 쓰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고착화 현상은 허준호가 더 강하긴 합니다. 최근에는 아예 악역 전문으로 자리를 완전히 잡아버린 느낌이기까지 하죠. 나름 틀을 깨려 노력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금방 악역으로 돌아와버리고 말입니다.

 

 이 영화는 임진왜란 발발 7년 후부터의 이야기를 다루게 됩니다. 이 시기에 왜군이 갑자기 퇴각하려는 모습을 보게 되며, 상황이 변했다는 것을 감지 하게 됩니다. 왜 내부에서는 수장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상황이다 보니 혼란이 가중되고 있었고 말입니다. 이 상황에서 이순신은 왜의 퇴각로를 막고 섬멸전을 하려고 하지만, 왜에게서 뇌물을 받은 명나라 도독인 진란은 왜군에게 퇴로를 열어주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 약속을 받은 왜군의 수장인 시미즈까지 퇴각을 돕기 위해 노량으로 오게 되죠. 영화는 이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한 시리즈 내에서, 그것도 각각 한 편에서 서로 다른 배우들이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에 관해서는 참 묘한 생각이 들긴 합니다. 보통은 시리즈에서 피치못할 사정이 아니면 배우를 바꾸지 않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경우에는 각각의 영화에서 어떤 시기의 어떤 이미지의 배우를 필요로 하는가에 따라 이순신의 배역을 바꾼 바 있습니다. 명량에서는 최민식이, 한산에서는 박해일이 이순신 역할을 맡았죠. 다른 배역 역시 영화의 필요에 맞게 캐스팅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말입니다.

 

 보통은 이를 리스크라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만, 결국에는 배우의 이미지가 영화의 이순신 배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순신뿐만이 아니라, 다른 배역들 역시 비슷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야이기이기도 하죠. 결국에는 이번에는 김윤석 이라는 배우가 가진 이미지를 이순신에 씌움으로 해서 영화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역으로 말 하면 이 영화에 배우가 끼치는 영향이 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는 배우의 연기에 의존하는지점들이 꽤 있다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단순히 전쟁의 이미지를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전투 전후에 있는 여러 일들을 다루는 쪽으로 영화를 가져가고 있는 것이죠. 전투가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는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그에 못잖게 주변 스토리도 상당히 비중있게 다뤄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준비 과정에서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각자가 무슨 셈법을 가지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여기에서 연기 의존적이라는 의미는, 영화 분위기의 특성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배우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각각의 이야기 진행에 있어서 캐릭터들의 개성이 강하게 작용하게 되며, 이에 관해서 서로 캐릭터들이 충돌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데에서도 해당 지점이 매우 강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 되고, 결국에는 영화의 전쟁의 향방을 결정하게 하는 지점들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캐릭터들의 성격이 드러나게 되면서 영화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캐릭터들이 안고 가는 형샹을 띄게 됩니다. 각자의 정해진 결론으로 향해 가면서, 그 결론으로 향하는 과정에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각각의 결론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다른 캐릭터들 역시 성격의 특성을 보여주며, 그 특성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관하여 영화가 자세하게 드러내는 식입니다. 해당 지점들은 결국 영화의 볼륨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며, 동시에 이미 결론을 모두가 아는 영화에 좀 더 다양한 매력을 부여하는 힘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아주 나쁘다고 볼 수는 없는 방식을 가져가는 데에 성공은 했습니다. 앞서 말 한 캐릭터 의 활용이 상당히 좋은 편이며, 캐릭터를 통한 이야기 전달에 관하여 각각킈 캐릭터 특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데에도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들이 서로 중첩 되면서도, 각각의 캐릭터가 단순히 서로 악다구니를 쓰는 듯한 모습으로 흘러가는 것도 어느 정도 막아내는 데에 성공했고 말입니다. 실질적으로 영화에 필요한 것들을 착실하게 쌓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영화의 전반부가 이야기를 쌓는 데에만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야기가 두터워지면 그만큼 감정적으로 관객이 좀 더 동조하기 쉬워지는 면을 가져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전투에 관하여 노리는 바가 있기 때문에 해당 지점에 관해서 어느 정도는 보여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분량이 매우 적은 편입니다. 대신 정치싸움에 관해서 매우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이 구도 속에 들어 있는 사람들이 뭘 하는가에 관하여 좀 더 집중하는 면들을 보이고 있죠.

 

 그렇다고 이 정치구도가 과연 매력적인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불행히도 영화가 내세우는 정치구도는 지나치게 단순화 되어 있습니다. 비록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아군 내의 발암 같은 존재라는 테마와 여전히 일본이 적으로서 어떻게 등장하는가에 관하여 집중하고 있긴 합니다만, 각각의 상황에 관해서 지나치게 단순화된 감이 있슴니다. 분명 지금 러닝타임 내에서 다 보여줄 수 있는 지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오는 것은 인물 내부 묘사입니다. 기본적으로 왜 지금 전쟁에 관해서, 심지어는 내부 사정에 의해 퇴각하는 적들을 대상으로 전쟁을 벌여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하는 데에, 내부 성찰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가고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이에 관해서 각자의 시선이 있기 때문에 매력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이를 암한하더라도 분량이 너무 많은데다가, 영화가 한 40분 지나가고 나면 과정 자체가 느리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동어 반복을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도 감정에 대한 매달림이 상당히 강하다는 면도 한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명량때 보여줬던 과도한 감정 발산보다는 훨씬 낫습니다만, 전작의 흥행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이유가 감정적인 면에서 오히려 부족했던 탓이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오히려 상당히 강해진 편입니다. 불행히도, 이는 사실상 잘 된 면을 다시 깎아먹는 모양이 되다 보니 오히려 영화가 상당히 피곤하게 다가오는 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그 정도가 웬만한 영화들보다 덜하다는 점, 그리고 필요한 지점을 아예 안 보여주고 가는 것도 아니라는 점, 마지막으로 적어도 어느 정도 이야기의 분배를 통해 균형을 맞춰주려고 노력은 했다는 점에서 적어도 이 영화가 이상해 보인다고 말 할 수 있는 정도로 흘러가는 것은 막아내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덤으로 메시지에 치중하는 모습도 어느 정도 자제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가 여전히 상업 영화로서의 면모를 가져가려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해전은 그래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존에 이뤘던 그래픽의 성취가 좀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래픽을 기반으로 한 전쟁 스펙터클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에 상당히 효과적인 면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거대한 스케일의 해전을 구현하고, 이를 통해 거친 전쟁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에 상당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 성공한 겁니다. 이런 지점들 덕분에 영화가 내세우고자 하는 강렬한 면을 만들어내고 있죠.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단순히 특수효과에 의존하는 스타일의 영화란 이야기는 아닙니다. 의외로 소소한 면에서도 상당히 효과적으로 접근하는 면들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죠. 전투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가, 그리고 각자가 어떻게 싸움을 하는가에 관해서 역시 굉장히 많은 지점들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전쟁 자체의 흐름을 큰 그림에서 보여주면서도, 그 흐름 속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관해서 역시 집중하는 모습이랄까요.

 

 이 외에도 상당히 시청각적이 면들에 관해서 역시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세트 디자인에서 장소를 효과적으로 특정하는 동시에, 사람들이 입고 말 하는 것에 관해서 역시 신경을 쓰면서 각각의 피아식별을 관객들이 좀 더 확실하게 해낼 수 있도록 하는 면들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한 겁니다. 다만, 음악은 좀 과한 면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감정적으로 너무 심하게 끌고 나가는 지점들이 간간히 나오기도 합니다.

 

 다시 배우들의 연기로 돌아오자면, 다 정말 좋은 편입니다. 김윤석은 대사를 삼키는듯한 면들을 보여줬었는데, 이번에는 해당 지점을 꽤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동시에 스스로 자제하는 면들을 보여줍니다. 이런 지점들 덕분에 관객들이 좀 더 김윤석이 표현하는 이순신의 면모를 보여주는 데에 성공하는 것이죠. 메인 악역이라 할 수 있는 백윤식 역시 영화에 필요한 균형감을 부여하는 데에 성공했고 말입니다. 정재영이나 허준호 역시 영화에 묘한 균형감을 선사하는 데에 성공했고, 김성규 역시 필요한 지점을 확실하게 끌어내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이래저래 아쉬운 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보는 동안은 즐겁게 흘러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역사 영화가 보여줘야 하는 메시지에 관한 지점을 확대하는 데에도 성공을 거둔 바 있으며, 동시에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스펙터클과 메시지 역시 모두 한 바구니에 담아내는 데에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너무 감정적으로 흘러가려 하는 지점은 관객들이 직접 조심해야하는 숙제로 남았다는 점에서 좀 아쉽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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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