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타 : 마지막 기회의 땅 - 사건만 남긴, 적당히 즐길만한 영화
이 오프닝을 쓰는 시점은 12월도 되기 전입니다. 사실 미리 써놓고 그냥 잊어버리자 수준의 이야기이긴 하죠. 아무래도 귀찮은 것도 있고, 써야 한다면 미리 처리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어서 말입니다. 사실, 주말에 좀 편해보려고 그러는 것도 있긴 합니다. (주말에 볼 영화들을 결정하고, 오프닝을 거의 미리 쓰긴 하거든요.) 아무튼간에,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가 드디어 끝난 시점이다 보니, 이런 영화도 땡기네요.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솔직히, 이 영화의 감독인 김성제에 관해서는 제가 아는 내용이 별로 없긴 합니다. 그나마 혈의 누 각본가 라는 점 정도 알고 있는 상황이긴 한데, 이 영화를 워낙 재미있게 봐놔서 말이죠.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 감독의 이야기가 정말 기대된다고 말 하기에는 어렵기도 합니다. 각본가는 각본가이고, 감독은 감독이라서 말이죠. 여러 작품에 프로듀서로서 활동한 이력이 더 많다는 점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랄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간첩 리철진 모두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상황이니 말입니다.
그나마나 눈에 띄는 작품이 하나 있으니, 소수의견 입니다. 사실 전 이 영화를 피해간 상황이긴 합니다. 워낙에 강렬한 영화인데다가, 제가 사회 고발성 영화를 딱히 찾아보지 않던 시기에 개봉한 작품이기도 해서 말이죠. 영화가 나쁜 것도 아니고, 메시지도 상당히 좋은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흥행했다고 말 하기에는 좀 미묘한 지점들이 있긴 했지만 말이죠. 이쯤 되면 기대 할 법도 합니다만, 이 영화 외에는 장편 상업 영화에서 감독으로서 작업한 작품이 없다는 점이 영 마음에 걸리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재미있는게, 송중기가 이 영화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배우로서 송중기는 정말 다양한 영화를 시도하는 상황이긴 합니다. 무게감 있는 영화부터 가벼운 액션물까지 거의 다 시도를 하고 있는 상황이죠. 당장에 넷플릭스 내에서도 로기완과 승리호가 나란히 있으니 말입니다. 상당히 큰 영화에 관한 시도가 많은 편이기도 하고, 늑대소년 같은 영화는 흥행에도 성공한 바 있기도 합니다. 드라마로 넘어가게 되면 꽤 평가도 좋고, 시청자도 정말 많이 끌어모은 작품도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좀 작품 기복이 있죠.
제가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영화는 로기완 입니다. 사실 이 영화,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긴 했습니다만, 너무 빨리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영화라고 봅니다. 다만, 이야기가 너무 평범하다는 데에서 좀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죠. 승리호 같은 경우는 기존 이미지를 활용해다가 영화를 만든 케이스라고 생각을 하고 있긴 한데, 역시나 만듦새가 별로 받쳐주지 않는 문제가 따라다녔습니다. 영화 아이디어가 좋았다는 것도 공통점이죠. 이런 특성은 연기 변신에 가깝다 할 수 있는 화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화가 꽤 괜찮았는데, 폭력의 강도가 너무 셌던 것이 화근이라고 할 수 있죠. 군함도는 이도저도 아니였지만 말입니다.
이희준도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배우의 경우에는 제가 정말 뭐라고 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핸섬가이즈 같은 영화도 곧잘 출연하고, 좋은 연기를 보여준 적이 있죠. 그렇다고 마냥 코미디 배우라고 말 하기에는 애매한게,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건강에 위험할 정도로 살을 찌우고 정극 연기를 화끈하게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흔히 말 하는 팔색조의 매력을 자랑하는 배우인데, 불행히도 작품을 너무 심하게 타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정말 더럽게 재미어벗는 미옥같은 작품에도 곧잘 출연 하는 우를 범하곤 했었거든요.
오랜만에 보이는 배우는 권해효 입니다. 사실 최근에 권해효가 정말 눈에 띄었던건 홍상수 감독 영화에서 꽤나 매끈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잘 하기도 했고 말입니다. 사실 연기력만 놓고 보면 웬만한 큰 영화에 한 자리를 얼마든지 차지할 수 있는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주로 작은 영화들을 돌고 있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배우 본인의 선택이라 여겨지는 부분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문제는, 그나마 큰 영화라고 나왔던게 하필 베테랑 2 였다는 점입니다. 영화 자체가 너무 낡았는데, 혼자서 잘 하더군요.
박지환도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배우 역시 주로 코믹한 역할로 기억되는 배우이긴 합니다. 아무래도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장이수 역할로 너무 오랫동안 기억되는 배우이긴 해서 말이죠. 핸섬가이즈 역할에서는 경찰로 나오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다만, 이미지가 이미지이다 보니 주로 코믹한 면으로 최근에 등장하는 상황이긴 합니다. 그래서 아쉬운 배우이기도 하죠. 나름대로 꽤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배역의 틀에 고정 되어버린 케이스이니 말입니다. 그래도 그 전에 꽤 빛나는 역할들이 몇 번 있다 보니 나름 기대해볼만 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배우 이야기를 길게 했습니다만, 제가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사실 워낙에 오랫동안 준비되어 오고, 제가 블로그에서 영화 정보들을 다루던 시절에 이미 정보를 한 번 들었던 작품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캐스팅 단계부터 시작해서 정말 혼란스러운 이야기가 많았던 작품이기도 하죠. 로케이션 촬영도 꽤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로케이션 촬영이 중단되고, 국내에서 나머지를 이어간 상황이라고 알고 있기도 합니다. 각본 자체도 꽤 작업이 오래 걸린걸로 알고 있기도 하고 말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IMF 금융 위기의 후폭풍으로 인해서 보고타로 향한 국희와 그의 가족들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 됩니다. 보고타에 이민을 와서 한인 상인회 밑에서 일을 하게 되고, 상인회에서 실권을 쥔 박병장의 테스트로 밀수에 가담하게 됩니다. 밀수이다 보니 콜롬비아 세관에서 걸릴 위기에 처하지만, 물건을 지켜내는 데에 성공하면서 박병장 외에도 브로커인 수영에게도 존재감을 각인시키게 됩니다. 이로 인해 수영이 국희에게 제안을 하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 눈치를 챈 박병장 역시 다른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영화는 이 상황에서 돌아가는 일들을 담고 있습니다.
기본 시놉시스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화가 가져가는 이야기는 결국 한 사람이 말 그대로 외지인으로서의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이긴 하는데, 아무래도 위험한 방향으로 가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보통 이런 이야기에서는 매우 심도깊은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외지인으로서의 애환을 그리는 면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심리적인 깊이를 만드는 데에도 좀 더 용이한 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무엇보다, 정말 사건 외의 지점들을 거의 이야기 하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내세우고 싶은 지점들이 거의 스토리에 들어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긴 한데, 정말 스토리 외에는 이야기를 진행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집중도가 좋다고도 말 하 수 있긴 합니다만, 영화에서 다른 가능성이 정말 제한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영화가 이렇게 밀어붙일 수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사건이 정말 많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매 순간이 사건이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죠. 사건 사건들마다 주인공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있고, 주인공 주변 인물들은 빛을 발하는 주인공의 능력을 들여다보며 각자의 계산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이런 지점들을 통해 다음 사건들을 만들어내고, 동시에 정말 큰 위기 역시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토리상 사건들이 꽤나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덕분에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적어도 중간에 끊어진다는 느낌이 들거나 하진 않습니다. 굉장히 타이트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워낙 군더더기 없이 그대로 밀어붙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말 했듯이, 사건에 필요 없다 싶은 부분들은 전부 편집되어 등장하고 있다 보니 영화 서사에서 사건을 따라가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나름대로의 방향성을 잘 잡은 이야기이지만, 이미 다른 데에서 거의 다 써먹다 못해. 이제는 사람들이 외울 정도의 이야기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이미 캐치할만한 지점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데, 관객들이 이미 다음 이야기를 거의 예상 가능할 정도입니다. 상황이 이리 벌어졌으니 누구 하나는 처참하게 몰락할 거라는걸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과정 자체가 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결국 저는 과거에 자주 했던 이야기로 돌아가게 됩니다. 영화가 뻔한 이야기를 해도 재미만 있으면 되는건지, 아니면 아무리 재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뻔하면 결국 흥미가 떨어지는지에 관한 지점을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이 영화는 두 문제 사이에 교묘히 걸쳐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식상해서 나중에는 흥미가 떨어지는 지점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사건을 워낙에 몰아치는 바람에 어느 정도 포장이 되는 지점들이 있는 것이죠.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캐릭터들이 그렇게 매력이 있다고 말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각자 가지고싶어 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이 속에서 각자 원하는 바를 드러내며 캐릭터성을 드러내기보다는, 다음 미션을 주는 NPC에 더 가까운 모습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죠. 특히나 이 영화에서 선악을 교묘하게 걸치는 캐릭터들이 많아서 흥미롭게 갈 수 있는 지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매력이 있다고 말 할 만한 지점들이 많지 않은 것이죠.
주인공 캐릭터가 선악의 문제에서 가장 묘하게 걸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이 캐릭터의 행보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도 해당 지점에서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내세우는 점이, 결국에는 생활고를 이겨내고, 그 이상의 권력을 쥐고자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자신이 왜 그것들을 가지고 싶어하는가에 대한 기본 설명이 깔리게 됩니다. 영화의 문제는 딱 그 기본 설명만 해주고 있는 겁니다. 그 외의 지점에 관해서 더 보여주기 보다는, 주인공이 현재 가진 특성을 그저 이야기의 진행 동력에만 이용하고 있는 겁니다.
앞서 말 했듯이, 이 영화에서 악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악역들은 동상이몽을 꾸는 존재들입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바가 분명히 있고, 이에 관해서 각자 이야기를 하는데까지는 분명히 이야기 하는 부분들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 동상이몽이 벌어지는 이유에 관해서 굳이 길게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적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다음으로 넘어가는 겁니다. 그렇기에 미션 주는 NPC 역할 정도로만 이해가 되고 있는 것이고 말입니다.
주인공의 주변 캐릭터들 역시 비슷한 이해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주인공에게 일정한 의지를 불어넣는 존재 이상의 역할을 거의 하지 않고 있죠. 다만, 해당 지점에서 그나마 좀 흥미롭다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적어도 이 작품을 진행하면서 그냥 징징거리는 존재로만 남기진 않는다는 점이죠. 주인공을 그냥 힘겹게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려고 노력을 하는 편입니다. 다만, 그 노력이 노력에 그친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죠.
여기에서 한 가지 중요한건, 생각 이상으로 이야기가 복잡하다는 점입니다. 에피소드 단위에서 풀어야 하는 지점들도 상당히 많다는 것이죠. 이는 결국 흐름에서 어느 정도 손을 봐야 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에피소드 단위의 이야기는 그래도 어느 정도의 방향성을 잡고 가는 편입니다. 보고 있는 동안 논리가 어찌되었건간에, 관객들이 따라가는 데에 영화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덕분에 사건 자체를 바라보는 재미는 살려냈습니다.
정말 기묘한건 전체 흐름입니다. 분명 영화에서 전체 흐름을 보고 있으면 엄청나게 급격하고 급하게 흘러갑니다. 사실상 에피소드 단위의 이야기 사이를 기름칠한 흔적 자체를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지점들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 정도로 이야기가 급하게 흘러가며, 영화에서 거의 여유가 없다고 할 정도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기승전결이 꽤나 희미함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그다지 이상함을 이야기 할 수 없는 이유라 할 수 있죠.
솔직히 이 영화의 시각적인 면모는 이 작품의 그나마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보고타라는 지역적인 특성을 살리려고 꽤 노력을 하는 편이고, 이에 관해서 영화적으로 꽤 다양한 지점을 짚어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다만, 역시나 아무래도 힘 준 것에 비해서, 영화가 주로 보여주는 것들은 주로 힘들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의 클로즈업이 더 많은 편입니다. 사실 그래서 드라마처럼 다가오는 면들이 많은 편이기도 합니다.
사운드와 음악은 정말 그저 그렇습니다. 솔직히 이 작품은 공간이 대단히 중요하게 등장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한 모습입니다. 굉장히 평면적인 사운드에, 영화에서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지도 못하죠. 음악 역시 영화를 살리는 것 이상의 역할을 거의 하지 않고 있고, 일부 장면에서는 이게 정말 음악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건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영화 끝까지 같은 문제를 안고 가고 있는건 덤입니다.
그나마 뭐라고 할 수 없는건 배우들 정도입니다. 솔직히 송중기는 이 영화에서 열망으로 인해 선악을 마구 넘나드는 인물인데, 이런 지점에 관해서 대단히 효과적으로 풀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사실 권해효는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긴 합니다. 본인이 뭘 밭건간에, 그걸 살리는 데에 정말 효과적인 지점을 순식간에 찾아내니 말입니다. 이희준은 그동안 맡았던 악역 짬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박지환도 본인이 과거에 했던 역할의 핵심을 잘 짚어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뭐가 되었건간에, 일단 진행에 있어서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여서 성과를 내는데에 성공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성과가 정말 새롭고 흥미로운 영화로 향하는 데에는 실패한 아쉬운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약간이라도 시간을 써서 설명 해주는 지점들이 더 생겼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사실 이런 영화의 경우에는 편집실 바닥에 일부러 버린 경우가 많아서 말이죠. 아무튼간에, 시간은 잘 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